틀림없이 한국말로 라면하나요 시켰습니다.
크고 또박또박 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들렸을 터 였습니다.
김밥한줄 같이 더 시킬까 하다가 그냥 라면만 하나 먹자였습니다.
2,000원일까 2,500원일까 가격은 훗시간의 평가에 맡긴채
식당 도와주시는 할머니인지 여사장님의 어머니이신지
공기에 공기밥을 담으시길래
이야 이식당은 라면에 공기밥 하나 그냥 주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원형 쟁반을 타고 안착한 먹거리는
딸랑 라면하나가 아니라 백반군단.
처음 몇초간은 라면에 딸린 식구가 이다지도 풍성한가
착각을 했읍니다. 그리고 현실인식.
주문 잘못들으셨나보다 하고 그냥 먹자 하고 그냥 먹었습니다.
순두부찌게 괜챦고 생선토막 따뜻하니 입에서 바사지고
십여장 넘는 김 최후의 한장까지 최후의 밥한톨이라도 싸서
먹어 치웠습니다.
가격이 얼마일까 옆 테이블에서 똑같은 백반을 먹고 계산하는 모녀의
계산이 10,000원이었기에 오천원인가 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혹시 두사람이 공기밥 하나씩 추가해서 먹어서 그런 회계가 성립되었기를
약간 기대했습니다. 그렇다면,4,000원이 되겠지.
여닫이의 출입문에 붙은 메뉴 닭찜 얼마인가 물어 보았습니다.
안한다고 하십니다. 예전에는 했었는데 힘들어서.
불낙 얼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안한답니다. 그냥 백반만 하신답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라면 하고 주문하니 백반이 나온 이유.
출입문에 붙여진 라면도 닭찜 불낙과 같이 퇴출되고 없는 메뉴였습니다.
기왕이면 폼이라도 잡게 산삼넣은 참치초밥이요 하고 외칠걸 그랬습니다.
라면이라고 듣고도 그냥 백반내셨는지 오로지 백반이니 오로지로 하셨는지는
그분들만이 아시지만 뭐 그냥저냥 먹었으니까 불만없이,
3만원 할인받고 완구사며 엉겹결에 만든 카드 석달간 십만원 쓰기로 약속한 의무이행을 위해 카드긁으려고 했더니 긁을수가 없습니다.
간지럽지 않으면 긁을수 없는 규칙 오천원긁었으면 십만원에 많이 가까이 의무방어
에 근접하는데 아쉽다.
출입문을 나와 무심결에 간판을 보다가 가게가 임대내놓은 사실을 알수 있었습니다.
가게 시세가 얼마나 되나 알아도 볼겸 전화해 보았습니다.
가게 주인이 내놓은 모양이지요. 식당주인아주머니는 잘 모른다고 전화번호로 전화해보라고 하니까요.
보증금 1,000 월 60 권리금 무
왜 안하시냐고 했더니 몸이 안좋으시다고.
흘려들은 예전엔 했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안한다는 말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의 어느집 어느가문 걱정거리 없겠습니까. 조금은 가라앉은듯한 모습이 떠올라
약간 괜히 죄송한 마음 한그릇.
살면서 조금 의아하다 싶던 의문들이 연이은 아니면 훗날을 두고 던져진 스쳐지나는
말,행동,사건들과 엮어져 해답을 주는 경우가 적지않습니다.
백반한끼 하고 나오는 것에 불과했지만, 또한 백반과 얽혀서 열심히 사시는 이웃서민
의 세상을 살아가는 단편같은게 조금은 느끼지기도한 어느 점심 한때의 식사였습니다.